[BL소설] 벽장도령 – 헤이어 리뷰

bl소설

판타지물, 동양풍, 사극물, 애절물, 신분차이, 구원물, 인외존재, 시리어스물

스토리:★★★★☆(동양풍 판타지라서 재밌음)

수위:★☆☆☆☆(수위 거의 없는 편)

재탕여부:★★★☆☆(재탕해도 괜찮음)

전체평:★★★★☆(애절한 스토리가 좋음)

*지극히 주관적인 bl소설 리뷰입니다.*

등장인물

벽(공): 아이모습이공, 정체숨기공, 강공, 질투공, 다정공

연제(수): 다정수, 순진수, 소심수, 용왕수, 차별받수

줄거리(스포주의)

사해를 지키는 사룡왕인 연제는 어느 날 벽장에서 한 어린아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째서 거기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는 말을 하지 못했고 부모나 나이, 이름 등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황천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해에 종종 버려진 아이들의 영이 보이곤 했기 때문에 이 아이도 그런 아이라고 생각하고는 거두기로 합니다.

아이는 방을 준다고 해도 거부해서, 결국 벽장 속에서 지내게 되고 벽장도령이라는 의미로 벽이라고 부릅니다.

사룡왕 연제가 사는 궁은 사해의 흑렴궁으로 사기를 타고난 사룡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는데요.

그렇다보니 다른 용들에게 배척을 받았고 연제 또한 왕족으로 태어났으나 가족에게 버려지듯 이곳에 와서 왕이 된 것이었습니다.

사기가 넘쳐나는 탓에 사룡을 제외한 어떠한 생물도 자라지 않던 곳에 벽이 온 후로 새싹이 피고 꽃이 피기도 해서 흑렴궁의 식구들은 이를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사기는 인간에게도 좋지 못하기 때문에 언젠가 돌려보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늘 외로웠던 연제는 벽이에게 금방 정을 줘버립니다.

술에 취해 같이 자게 된 것을 계기로 연제는 은근슬쩍 벽이와 벽장에서 잠도 같이 잡니다.

다행히도 벽이는 사해에서 지내도 사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건강해집니다.

그런 벽이를 데리고 연제는 지계로 놀러 가는데요.

그러다 지계에서 만난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벽이는 그 사람을 경계합니다.

그리고 뱃놀이를 하던 중 갑자기 벽이 연제에게 입을 맞춥니다.

가벼운 입맞춤에 놀란 연제는 그만 물에 빠져버립니다.

당황한 연제는 벽이에게 그런 행동은 반려에게만 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지계에서 돌아온 연제는 용족의 황제인 황룡의 연회에 참가하기 위해 황해로 가게 되는데요.

다른 사룡들은 함께 갈 수 없어 늘 혼자 가던 길을 이번엔 벽이와 함께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도 모진 말들과 차가운 시선에 홀로 버텨야 했던 연제는 그날 밤 술에 취해 잠이 듭니다.

취한 연제에게 한 사내가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주고, 다음날 연제는 누구였는지 떠올려보려 하지만 기억을 해내지 못합니다.

사실 그 사내는 벽이였는데요.

벽이는 현재 육신을 구성하기 위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혼자 서글프게 우는 연제를 홀로 둘 수 없어 잠시 무리를 하여 사내의 모습이 되었던 거였죠.

무리를 한 탓에 아프게 된 벽이를 데리고 연제는 사해로 돌아옵니다.

돌아오고 난 후 어느날 밤, 옆에서 자던 벽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연제는 잠에서 깹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를 찾아다니던 연제는 흑렴궁에 하나 있는 매화나무에 꽃이 만개한 것을 보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 매화나무 아래에 있는 사내를 보고 그제서야 그가 벽이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사해에서 생명을 키워내는 벽이를 보고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벽이는 연제에게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합니다.

그 약속이란 것은 벽이가 연제보다 커지게 되면 들어주겠다고 한 것이었는데요.

벽이가 원하는 것은 연제를 달라는 것이었고 연제는 이미 줬다면서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벽이의 정체는 바로 태산부군에 봉해질 태을성이었습니다.

태산은 성지 중의 성지로 용족의 황제인 황룡조차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고 사룡왕인 연제는 감히 근처에도 가볼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벽이가 태산부군이 되면 태산에서 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흑렴궁의 궁인들도 알게 되고 연제를 아끼는 궁인들은 이를 말리려 하지만 이미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준 상태였습니다.

둘이 하룻밤을 보내고 벽은 연제를 태산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벽은 연제에게 새빨간 홍의를 구해달라고 합니다.

홍의를 입고 벽은 연제엑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어 말합니다.

그 내용은 미래에 대한 것으로 미래에 사룡들은 모두 죽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신 하나라면 내가 살릴 수 있다고 말하죠.

다른 방법이 없겠냐는 연제의 물음에 벽이는 있기는 하지만 그길은 평범한 죽음보다도 더 괴롭고 힘든 길이라고 말합니다.

연제는 자신 하나로 끝날 수 있다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합니다.

그런 연제에게 벽이는 반드시 자신이 다시 살려 태산으로 데려가겠다고 말하죠.

사실 운명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되는 벽이는 팔이 녹아 사라진 상태였는데요.

그걸 감추기 위해 홍의를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연제에게 들키지 않습니다.

벽이는 연제의 이름을 명부에서 지우려고 하는데, 명부에서 지워진 자는 본디 죽을 운명보다 더욱 지독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습니다.

그러나 연제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벽이는 연제의 이름을 지웁니다.

그 후 연제의 원래 운명을 보게 되는데, 연제는 사기를 정화한다는 이유로 사흘간 몸이 천천히 태워져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제가 앞으로 겪을 일은 그것보다도 더 끔찍하고 괴로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벽은 참지 못하고 연제에게로 가 지계로 도망가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연제는 모두를 뒤로하고 도망갈 수는 없다고 합니다.

벽은 그러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넘어 화를 내지만 결국 연제의 뜻에 따르기로 합니다.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는 만큼 둘의 사이는 가까워지지만 태을성이 사해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용족의 황제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벽이를 황해로 모시고 가겠다는 전령을 보냅니다.

이것이 잠시의 헤어짐일 뿐이라며 서로를 다독이며 두사람은 헤어지게 되는데요.

삿되게 모습을 나타내지 말라는 황명에 연제는 벽이의 떠나는 모습마저 보지를 못합니다.

그 후 둘은 연락도 닿지 않는 먼 곳에서 서로를 그리워합니다.

황해에 머무는 동안 벽이는 연제의 누이동생을 불러들여 훗날 오라비가 죽거든 시신 외의 남은 것들을 챙겨 몸에 지니고 있으라는 말을 전합니다.

사해의 영역은 계속 넓어지고 결국 황제의 금군이 흑렴궁에 들이닥쳐 연제를 잡아가게 됩니다.

황제는 사해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과 태을성을 유혹하여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명목으로 연제를 추궁합니다.

연제는 자신의 감정을 간특한 짓으로 치부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들은 황제는 문책을 연기하겠다고 하고 나가버리고 연제는 감옥으로 돌아가는데요.

그날 밤 누군가가 들어와 연제를 강제로 범하고, 다음날 황제는 태을성을 농락했다는 죄까지 더해 연제의 여의주를 부숴버립니다.

인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여의주가 부숴져 어차피 보름도 버티지 못하는 연제에게 황제는 노예의 낙인을 찍고 창관의 노예로 보내버립니다.

그곳에서 욕보이고 농락당하며 사흘이 지난 후 연제는 죽게 됩니다.

연제의 시신은 황천으로 버려지고 흑렴궁에서 그것을 고이 거둡니다.

그 후 사룡들은 흑렴궁의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게 됩니다.

그 후부터 사기가 퍼져나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어린 용족들이 죽어나가며 뱃속의 아이들이 사산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에서 오로지 연제의 누이만이 아이를 무사히 낳게 됩니다.

그럴수 있었던 이유는 깨진 연제의 여의주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사룡들은 사기를 정화시키는 존재였으나 용족들은 그것을 모르고 오히려 사기를 흘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핍박을 해왔습니다.

결국 사룡의 수가 너무 적어져 사기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그것을 막고자 천룡이 왕족 중에 사룡을 태어나게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연제를 태어나게 한 것인데, 이를 모르고 죽여버려 용족은 스스로 멸족의 위기를 맞이한 것입니다.

벽이는 모든 용족이 멸족하고 사룡만이 남게 될 때까지 연제를 깨우지 않으려고 했으나 깨어나 슬퍼할 연제를 위해 용족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대가로 연제가 태산으로 오는 길을 연제에게 해를 가한자들이 비늘을 뽑아 만들라고 합니다.

연제를 범한 이들과 황제는 그것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어, 가죽이 벗겨지고 여의주를 부수는 형벌을 당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흑렴궁의 사룡들은 연제의 시신에 예쁜 혼례복을 입혀 태산으로 보냅니다.

연제의 시신을 태운 꽃가마가 용의 비늘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하루 만에 태산에 도착하고 벽은 연제에게 숨을 불어넣습니다.

벽이는 자신의 명의 절반을 나눠주며 한날한시에 죽기로 합니다.

눈을 뜬 연제는 혼례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에 쑥스러워 합니다.

그런 연제를 안아들고 벽은 매화꽃잎이 흩날리는 태산으로 들어가며 이야기가 끝납니다.

리뷰

이 소설도 꽤 고전소설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지금 다시 봐도 하나도 유치하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연제는 순진함이 너무 귀여웠고 벽이는 늘 다정해서 좋았습니다.

벽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연제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담겨있는 것 같았습니다.

후반부에 연제가 어떻게 죽는지 알게 되고 벽이 슬퍼하는 장면과 연제가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죽으면서도 이 길이 벽이에게 가는 길이다 하면서 견뎌내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요.

둘의 단단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좋았습니다.

초반에 자존감이 낮던 연제가 벽이를 만나 단단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태산부군이 된 벽이가 연제를 부둥부둥하는 장면을 보게 되기를 바랬는데, 그냥 끝나버려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결말을 읽을 때, 왠지 둘의 행복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져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애절한 사랑얘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읽기에 좋은 소설입니다.

본문발췌

“벽아 앉아라. 자칫하다간 배가 전복될 게야! 날이 따뜻한 것도 아닌데 물에 빠졌다간 감기 걸릴 거다!”

말이 먹혀들었는지 다가오던 발걸음이 멈추었다. 멈췄다 해도 바로 앞이다. 연제는 무릎을 대어 앉았고 벽이는 서있다 보니 눈높이는 평소와 반대로 아이 쪽이 위다. 걱정스레 올려다봐오는 검은 눈을 벽이가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벽아?”

한참 작은 어린아이의 눈동자인데. 검푸른 눈동자 속은 기묘할 정도로 깊다. 그 묘한 느낌의 눈동자가 바싹 다가왔다. 놀라 깜박 시선을 닫는 사이 입술에 무언가가 닿았다. 무얼까 하고 길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깜박 하고 다시 눈을 뜨자 바로 코앞에 똑똑히 보였으니까. 연제는 화들짝 놀라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듯 벌떡 일어섰다.

“벽이 너-”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물소리가 첨벙 크게 일었다.


연제의 물음에 벽이는 멀어져가는 위언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거슬린다. 거슬리는 남자다.

연제는 여린 사람이다. 온기가 그리워서 정이 그리워서 사룡이어도 괜찮다 품에 안아만 주어도 냉큼 마음까지 줘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니 저 남자는 거슬렸다. 여리지만 한번 마음을 주었다 하면 철벽처럼 굳어져버릴 것이라 더욱 그랬다.


벽이는 작게 한숨을 흘렸다. 어느 한 사람에게 빠지는 것은 어울리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다. 허나 사랑스러우니 어쩌랴. 앞일을 생각하자면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아파올 정도로 사랑스러운 것을.


“어……벽아……?”

“도망칩시다.”

잠이 확 달아났다. 이 밤중에 갑자기 무슨 소리일까.

“그게 무슨 소리냐. 그보다 너 목소리를 내면 힘들다고……”

“도망칩시다 연제. 저와 함께 지계로 갑시다.”

그리 말하는 목소리가 확연히 떨리고 있었다. 대체 왜. 연제는 당황해서 침상 옆 탁자에 놓인 등불의 줄을 당겼다. 심지에 불이 확 오르며 방이 약간이나마 환해졌다. 그와 동시에 벽이의 옷에 비치는 핏자국에 연제가 화들짝 놀랐다.

“벼, 벽아!”

이게 무슨 피냐고 놀라 소리치는 연제를 벽은 더욱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미치겠다. 가슴이 아파 죽을 것만 같다. 사흘이라고. 하루도 아니고 사흘간 불에 태워져 서서히 죽어간다고. 그보다 더 속이 뒤집히는 것은 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진 탓에 화형보다 더 심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사실이었다.

너무 안일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보다 더 심하다면, 대체 어떤 고통이 품안의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인가. 벽은 누가 연제를 빼내기라도 할세라 더욱 팔에 힘을 주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와 함께 갑시다. 당신 하나쯤 지켜 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제발!”


아주 멀어져서 이제는 거의 들리지 않는 기척에 결국 몸이 먼저 움직였다. 서둘러 문을 박차고 나가는 연제를 아무도 붙잡지 못하였다. 모두들 차마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슬피 바라만 보았다.

황천가 흑사장에 낯선 꽃잎이 흩뿌려져있다. 금종이 은종이 색종이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누군가 흘리고 갔는지 백진주를 가득 박은 장신구도 보였다. 하늘에는 오색구름의 흔적이 옅게 남아있다. 그리 남은 것은 많았지만, 가장 중한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흔적도 없이 아주 없다. 아주 가버렸다.

연제는 텅 빈 흑사장에 우두커니 섰다. 멀고 먼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서있다가 작게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벽아……”

대답이 돌아 올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불러나마 보았다. 아래 서있는 사람의 속이야 어떻든 무정히 흘러가는 하늘을 향해 그담새 그리워져 눈물이 맺히는 이름을 불러보았다. 고이는 눈물을 깜박 떨어뜨리고는 내도록 그리 서있었다.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 몸이다.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가 어여쁘다 말해주는 몸이다. 그러니까 누가 무어래도 상관없다. 아주 아프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괜찮다. 사랑받고 싶은 단 한 사람은 아직도 저를 사랑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괜찮다. 무슨 짓을 당해도 어떤 더러운 누명이 씌워진대도 그 사실 하나만 버티고 있으면 다 괜찮다. 다 괜찮다. 왜냐하면……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니까. 버림받으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필요 없는 아이가 아니다. 미움 받는 불길한 존재도 아니다. 내가 여기 이렇게 서있는 것은, 여기까지 버티고 살아 온 것은 사랑받기 위해서다. 단 한사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랑 받기 위해서 태어나 자라 여기까지 온 것이다.

입술 위로 뚜렷이 미소를 그렸다. 더럽다 외치는 자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찔끔하여 입을 다문다. 무어라 외쳐도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자신은,

“나는 사랑 받는 사람입니다.”

참으로 자랑스럽게 뿌듯하게 말했다. 무슨 헛소리냐는 호통이 돌아왔지만 들리지도 않았다. 벽아 이제 잠들었다 깨어나면 네 얼굴을 볼 수 있겠지.


가마 속 부드러운 자리에 곱게 누워있는 이가 보였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뺨을 타고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이리 보기만 해도 가슴 벅찰 정도로 예쁜 사람.

팔을 뻗어 그새 더 야윈 몸을 끌어안았다. 온기 없는 뺨을 매만지고 하얗게 빛바랜 짧은 머리카락을 안타까이 쓸어내렸다.

“이제는 놓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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