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물, 재회물, 피폐물, 집착물, 애증관계, 도망물
스토리:★★★★★(술술 읽힘)
수위:★☆☆☆☆(공수의 씬은 외전에 한번정도 나옴)
재탕여부:★★★★★(재탕의 재탕)
전체평:★★★★★(매우 추천!!)
*지극히 주관적인 bl소설 리뷰입니다.*
등장인물
고성현(공): 집착공, 광공, 상처공, 미친개공, 연하공, 재벌공
박강우(수): 무심수, 도망수, 상처수, 연상수, 피폐수
줄거리(스포주의)
이야기는 강우가 교도소에서 출소하면서 시작됩니다.
강우는 출소를 하는 것임에도 오히려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그 이유는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성현 때문인데요.
성현은 어렸을 때부터 강우에게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집착하는 남자입니다.
강우는 어렸을 적에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찾아옵니다.
아버지를 따라 간 곳은 성현의 집이었는데요.
강우는 성현의 할아버지의 곁붙이로써 그 집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 때부터 성현은 강우를 눈에 담고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성현의 할아버지가 죽게 되자 성현의 집착은 더욱 집요해지기 시작합니다.
고등학교 때 성현을 피해 기숙사로 가지만 성현은 기어코 기숙사까지 쫓아와 방을 같이 쓰게 됩니다.
비정상적인 집착으로 인해 강우는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지 못하고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하게 됩니다.
그 후 성현의 고집으로 결국 대학에 가게 되지만 성현으로 인해 좋지 않은 소문을 달고 다니던 강우는 어느날 선배무리에게 강간을 당하게 됩니다.
이를 알게 된 성현은 그 선배를 찾아가 결국 죽여버렸고 기겁한 강우에게 평생 함께 할 거라는 소리를 합니다.
성현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강우는 자신이 죽였다고 말하고 감옥으로 갑니다.
몇 년이 지나고 성현은 연줄을 동원하여 결국 강우를 출소시킵니다.
성현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강우는 교도소 소장의 도움을 받아 성현에게 발각되지 않고 교도소를 빠져 나가는데 성공합니다.
그걸 알아챈 성현은 분노하며 강우를 찾으려고 합니다.
강우는 갈 곳 없이 버스를 타다가 종점까지 가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김두수라는 사람을 만나 그의 집으로 따라가게 됩니다.
강우는 두수와 그의 부하인 태진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렇게 두수의 집에서 지내던 강우는 어느날 정신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그날 성현도 병원에 들릅니다.
강우의 생모에게서 못보던 머리끈을 발견한 성현은 직감적으로 강우가 왔다갔다는 것을 깨닫고 쫒아갑니다.
결국 엘리베이터에서 두사람은 만나게 되고 거부하는 강우를 성현은 자신의 집으로 데려갑니다.
그렇게 같이 지내다가 강우는 다시 도망을 치게 되고 성현은 다시 강우를 되찾고자 합니다.
그리고 두수와 강우의 인연이 밝혀지는데요.
두수는 고아원에서 살다가 나와 떠돌다가 시골에 한 노파와 소년이 사는곳에서 신세를 지게 됩니다.
평생을 함께 하고 싶던 그 두사람과 어쩌다가 헤어지게 되고 나중에 그 둘을 찾는데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시고 손자는 아버지를 따라 갔다는 말만을 듣게 됩니다.
이후 그 소년이 강우였다는 것을 알게되고 두수는 강우의 보호자가 됩니다.
두수는 강우에게 할머니의 무덤도 알려줍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가게 된 할머니의 무덤 앞에서 강우는 삶의 의지를 되찾고자 결심을 하게 됩니다.
과거의 일을 넘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강우는 성현에게도 먼저 한 발자국 다가가기로 합니다.
강우는 성현에게 도망가지 않으니 앞으로 제대로 살아가도록 자신을 놔두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자신을 마주 봐주는 강우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성현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날부터 강우는 성현을 마주쳐도 피하지 않고 걸어오는 전화도 모두 받아줍니다.
이후 두수와 태진이 위험에 처해있을 때 성현이 도와주고, 성현이 위험에 처해있을 때 두수와 태진의 도움으로 강우가 도와주며 강우는 성현의 마음을 받아주기로 합니다.
그렇게 성현은 그동안의 기다림을 보상받게 되고 강우는 조금씩 성현에게 마음을 주면서 소설은 끝이 납니다.
리뷰
이 소설은 bl소설 중 고전소설에 속하는 작품으로 나온지 오래 되었지만 지금 읽어도 너무 재밌는 소설입니다.
작가님의 필력이 좋아 정말 술술 읽히는 작품입니다.
꾸금씬이 별로 안나옴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집착피폐물의 정석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저는 웬만한 소설에는 거의 수의 입장이 되어서 보게 되는데요.
이 소설에서는 어쩐지 공에게 더 마음이 갔습니다.
피폐물이긴 하지만 성현이 강우에게 직접적으로 뭘 하지는 않습니다.
나름 다정공이라고 불릴 수 있는 정도입니다.
물론 강우의 입장에서는 지옥같은 삶이었지만 말입니다.
강우는 정말 지독한 무심수인데요.
성현에게 마음 한자락 허락하지 않는 강우에게 저조차 야속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개골목’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로 bl명작으로도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아마 bl소설을 읽으시는 분들은 모르는 분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혹시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본문발췌
두 사람은 주차된 차 안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강우는 오직 앞만을 응시했을 뿐이다.
성현이 손을 뻗어 이제는 습관처럼, 강우의 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엉켜왔다.
그 성가심에 강우가 확, 손을 빼버렸다.
성현은 그런 강우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시하려고 해봤지만 무시할 수 없게끔.
볼 옆으로 자꾸만 성현의 시선이 느껴졌다.
“가만히 있어, 키스할거야.”
강우의 한쪽 어깨를 붕대감긴 손으로 꾹 누르며 성현은 그렇게 선전포고를 했었다.
웃기지도 않았다.
강우는 그런 성현의 손을 탁 쳐냈다.
그리곤 뒷좌석의 문을 열기 위해 문의 고리를 막 잡아당기려던 참이었다.
등 뒤로 성현의 편편한 가슴께가 확, 닿아왔다.
동시에 콰앙-하는 소리가 났다.
성현의 주먹은 강우의 눈 앞 유리창에 박혀있었다.
새하얀 붕대 위로 금세 붉은 핏물이 올라온다.
겨우 멎은 피가 상처 새로 새오나오는 것이리라.
강우는 멈칫, 하며 그 자리 그대로 굳어 있었다.
고성현은 미쳤다. 완전히 미친놈이다.
그 때는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꾸 도망가려고만 하면, 네 다리 잘라서라도 내 옆에 앉혀놓을 수 있어. 못할 거 같아?”
“미친 새끼…”
“몇 년이지. 8년이야? 아니면 13년인가? 그것도 아니면 19년?”
“새삼 기념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대한민국의 남녀가 연애를 지속하는 기간이 통상 얼마인 줄 알아? 오늘 신문 보니까 말야. 100일이 조금 넘는다더라. 그러면 결혼한 부부가 생각하는 신혼기간은? 기껏해야 1년. 길면 2년도 된데. 그러면 너는 뭐야? 8년이든, 13년이든, 19년이든. 그거, 사랑 아니지 않아?”
“적어도 마주 본 기간이잖아, 그건. 19년 동안 단 한 번도. 마주보기는커녕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주제에. 모두 다 내 탓이라고 말하지마. 박강우, 네가 태어난 거, 네 어머니가 정신병자인 거, 네가 원치 않았지만 우리 집에 온 거, 그거 모두 다 네 탓 아닌 것처럼. 내가 너만 쳐다보는 개병신된 거, 그것도 내 탓 아냐.”
거친 숨을 한껏 몰아쉬며, 성현은 제 두 손을 펼쳐본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 손에 박강우를 잡을 수 있었다.
박강우는 분명 그 곳에 있었고, 본인이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박강우는 지금 꼼짝없이 자신의 곁에 있을 것이다.
이 두 손이 조금만 더 빠르고 신중했더라면. 이내 성현은 두 손을 꽉 주먹쥐어 잡았다.
그리곤 두 주먹으로 유리 테이블을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계속해서 내려친다.
그에 꼼짝도 하지 않던 유리 테이블 위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금세 벌어진 금 사이사이로 성현의 피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미움 받고 싶지 않은 거지?”
뭐-? 하고 제쳐 묻기도 전에, 바로 그의 말이 이어진다.
“네가 말하는 게, 네가 밀어붙이는 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그것도 다 아닌지 몰라. 이해하고 싶지 않아. 이해할 수도 없어, 정상이 아니니까. 그래도 네 제 멋대로의 감정이, 증오스러웠던 행동들이, 내게서 미움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 거라고 이해해도 되겠느냐고 물었어.”
“……..”
“다신 안 물어봐. 그러니까 대답해.”
“…그래.”
“재밌네.”
그렇게 말했지만, 강우는 웃고 있진 않았다. 잠시의 적막함이 흐른다.
강우는 나직하게 숨을 뱉어내고는 고개를 돌려 성현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미움 받기 싫으면, 내 앞에 나타나지마.”
사형선고와도 같은 한 마디다.
“가만히 있으랬잖아.”
“가만히 있는 중이야.”
“바보냐?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게 가만히 있는 거야.”
“키스하지 않는 게 가만히 있는 건데?”
“억지부리지마.”
“그나저나 뭐야, 이제 곧 여름인데 이 목까지 올라오는 티셔츠는? 키스할 수가 없잖아.”
“누구 덕택인데 그래?”
“벌레한테라도 물린 건가?”
‘나는 모르겠는데, 벌레가 물어버린 거야?’하는 뻔뻔한 뉘앙스로 묻는 성현을 어이없다는 듯이 올려다보던 강우가 크게 연연하지 않고 평소의 그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대꾸한다.
“잘 자고 있는데 웬 미친개가 물어뜯고 갔어. 자, 됐다.”